성경은 인류 역사상 가장 널리 보급된 책으로,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을 넘어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해 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성경 번역의 역사적 여정을 탐구하고, 주요 번역본들과 번역 과정에서의 신학적 고민, 현대 번역의 흐름을 살펴보며, 우리가 오늘날 접하는 성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해졌는지 조명합니다.
왜 성경 번역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번역본 성경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개역개정, 공동번역, 새번역, 영어로는 NIV, ESV, KJV 등 수십 가지 번역본이 존재하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말씀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이 성경 한 권이 우리 손에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박해, 심지어 목숨을 건 노력이 있었는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성경은 처음부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기록된 것이 아닙니다. 구약은 주로 히브리어(일부 아람어), 신약은 헬라어로 쓰였으며, 이 말씀을 각 시대와 문화, 언어에 맞게 번역하는 과정은 단순한 언어 전환을 넘어 깊은 신학적, 역사적 의미를 지닙니다. 성경 번역의 역사를 탐구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시대를 초월해 어떻게 전해졌는지를 되새기는 일이며, 우리가 읽고 묵상하는 말씀의 귀중함을 더욱 깊이 깨달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글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성경 번역사를 핵심적으로 정리하고, 번역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서 동반된 고민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시대를 따라 이어져 온 성경 번역의 흐름
구약 최초의 번역 – 70인역(Septuagint) 기원전 3세기경, 헬라 문화권에서 살아가던 유대인들은 히브리어 성경(구약)을 헬라어로 번역했는데, 이것이 바로 '70인역'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유대인 공동체가 주도한 이 번역은 신약 시대에도 널리 사용되었으며, 신약 저자들이 구약을 인용할 때 이 번역본을 자주 활용했습니다. 70인역은 단순한 성경 번역을 넘어, 하나님의 말씀이 특정 민족과 언어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기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초기 교회의 번역 – 라틴어 성경과 불가타(Vulgate) 4세기에 교부 예로니모는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을 바탕으로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했으며, 이를 '불가타(Vulgata)'라고 불렀습니다. 불가타는 중세 가톨릭 교회의 공식 성경으로 자리 잡아 유럽 전역에서 읽혔지만, 대부분의 일반 대중이 라틴어를 이해하기 어려워 성경은 주로 사제나 수도자들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남았습니다. 종교개혁과 민중어 성경의 시작 16세기 종교개혁은 성경 번역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1522년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평신도들이 직접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영어권에서는 윌리엄 틴들이 1526년 신약을 영어로 번역했으며 결국 이로 인해 순교했습니다. 이때부터 성경은 더 이상 종교 권력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이가 읽을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흔들 수 없는 고전 – 킹제임스 성경(KJV) 1611년 영국 국왕 제임스 1세의 주도로 번역된 KJV(Authorized Version)는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영어 성경 중 하나입니다. 아름다운 문체와 문학적 완성도로 수세기 동안 전 세계 신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고어(Old English)가 포함되어 현대 독자들에게는 이해가 다소 어려워 이를 보완한 다양한 현대 영어 성경 번역본이 뒤이어 등장했습니다. 현대 성경 번역의 다양화 20세기 이후 성경 번역은 전례 없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현대어의 흐름과 문화적 이해를 반영하여 NIV, ESV, NLT 같은 다양한 영어 번역본이 출시되었고, 한국에서도 개역한글, 개역개정, 표준 새 번역 등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번역들은 독자의 연령, 언어 수준, 읽기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번역의 신학적 고민과 과제 성경 번역은 단순한 언어 치환이 아닙니다. 한 단어, 한 문장에도 깊은 신학적 의미가 담겨 있어 번역자들은 원문의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헬라어 '디카이오쉬네'를 '의'로 번역할지, '정의'로 번역할지는 번역 철학과 신학적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성별 표현, 문화적 민감성, 현대 언어의 특성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전도 언어권 번역과 세계 성경 번역 운동 오늘날까지 수천 개의 언어로 성경이 번역되고 있으며, 성경번역선교단체들은 미전도 종족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사역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언어로 성경을 읽게 된 이들의 반응은 종종 눈물과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말씀은 언어의 경계를 넘어 영혼을 만지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말씀이 내 언어가 되기까지: 우리가 누리는 은혜
오늘날 우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성경을 읽고 묵상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수많은 번역가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신앙인들의 희생, 심지어 생명을 걸고 감행한 투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어떤 언어로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위대한 진리이지만, 하나님은 우리 각자의 언어와 방식으로 말씀하시기를 기뻐하십니다. 성경 번역의 역사를 아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받은 말씀의 은혜를 더욱 깊이 감사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또한 이는 우리의 성경 읽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이제 우리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깃든 번역자의 간절한 기도와 노력, 그리고 성령의 놀라운 인도하심을 기억하며 경외심을 가지고 성경을 대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성경 번역은 계속될 것입니다. 언어가 변화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역동적이며,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려는 무한한 사랑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확장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놀라운 은혜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감격할 만하지 않을까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성경을 다시 펼쳐 보십시오. 그리고 이 말씀이 여러분의 언어로 쓰이기까지 흘러온 믿음의 감동적인 역사를 마음깊이 새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