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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과 인간관계: 갈등을 넘어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는 신앙의 원리
    성경과 인간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때로는 기쁨과 위로의 원천이 되지만, 때로는 갈등과 상처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성경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조명하며, 갈등의 근본 원인과 해결 방법, 용서와 화해의 깊은 의미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본문에서는 성경이 말하는 인간관계의 신앙적 원리와 일상에서 이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관계의 문제는 곧 신앙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 속에 놓이게 됩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교회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성장합니다. 하지만 관계는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서로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 한마디 말에서 생긴 상처,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응어리들이 쌓이다 보면 결국 갈등으로 번지고 관계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잘못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 하고, 때로는 관계를 외면하거나 단절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관계의 회복을 단순한 감정 조절이나 의사소통 기술의 문제가 아닌, '하나님 앞에서의 근본적인 태도'로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과의 관계는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그 의미가 정의되며, 우리의 신앙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통로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형제에게 노한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네 형제와 화목하고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 5:22~24)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예배보다도 먼저 관계의 회복을 요구하신 말씀으로, 인간관계의 회복이 곧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로 나아가는 필수 조건임을 알려 줍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어떻게 설명하고, 우리가 용서와 화해를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성경이 제시하는 갈등의 원인과 용서, 화해의 길

    성경은 갈등의 근원을 '죄'에서 찾습니다. 창세기 3장에 따르면, 인간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은 후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인간관계의 왜곡이었습니다. 아담은 하와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이후 가인은 동생 아벨을 시기하여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이처럼 죄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 상호 간의 관계에도 단절을 가져옵니다. 따라서 진정한 관계 회복은 단순한 감정의 조율이 아니라, 죄와 마주하고 회개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18장의 '용서의 비유'에서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무한한 용서를 요구하신 것이며 그 기준은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용서입니다. 에베소서 4장 32절 역시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되,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하라"라고 가르칩니다. 다시 말해, 용서는 개인의 선함이 아니라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응답이어야 합니다. 용서와 화해가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임은 분명합니다. 용서란 잘못을 단순히 잊는 것도, 무조건적인 화해를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복수나 보복을 포기하는 행위이고, 화해는 그 용서를 바탕으로 관계를 재건하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로마서 12장 18절은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라고 말하며, 화해를 절대적 의무가 아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권면합니다. 또한 성경은 화해의 중요한 도구로 '말'의 힘을 강조합니다. 잠언 15장 1절은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잠재우고, 과격한 말은 오히려 분노를 격화시킨다"라고 가르칩니다. 결국 신앙인은 관계의 긴장 속에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로 소통해야 하며, 진실을 전하돼 그 진실을 은혜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갈등을 넘어 화해로, 신앙인의 삶에 주어진 관계의 사명

    관계 회복은 단순히 '잘 지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 땅에 구현하는 방법이며, 신앙인의 진정한 정체성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용서받는 존재라면, 마땅히 타인에게도 같은 용서를 실천해야 합니다. 물론 용서는 결코 쉽지 않으며, 때로는 오랜 시간과 깊은 기도, 내면의 성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용서하시고 관계를 회복시키셨다는 복음의 진리가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화해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 할 사명입니다. 우리가 화평케 하는 자가 될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복이 있도다"라는 약속은 오늘 우리 삶에 생생하게 임합니다. 가족 간의 갈등, 친구와의 오해, 교회 내 분열, 직장 내 긴장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기도하며 용서하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사랑으로 다가선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관계 속에 역사하시며 화해의 기쁨을 허락하십니다. 결국 모든 인간관계의 회복은 십자가에서 비롯됩니다. 십자가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단절을 회복하신 사랑의 증거이며, 동시에 우리와 이웃 사이의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는 화해의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관계의 모든 상처를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용기를 내시고, 그 걸음이 하나님 앞에 드리는 거룩한 예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